백조의 꿈, 루드비히 2세 그리고 노이슈반슈타인
백조의 꿈,
루드비히 2세 그리고 노이슈반슈타인
루드비히 2세가 왕이 되었던 시절 독일은 39개 국가가 동맹을 이루면서 하나의 동맹체를 형성하고 있었는데 바이에른 왕국은 그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연합체로, 18세의 어린 루드비히 2세는 1864년 바로 이 왕국의 4대 국왕으로 즉위합니다.
1845년 뮌헨에서 태어난 루드비히 2세는 자신에게 무관심한 아버지의 곁을 떠나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호엔슈방가우 성에서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생활은 외로움의 연속이었죠. 고민을 털어놓을만한 가족도, 친구도 없이 단 몇 명의 하인들과 함께 거대한 성에서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냅니다. 결국 외로움과 부담감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기도까지 합니다. 하지만 1861년 우연히 관람하게 된 한 편의 오페라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그 오페라가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바그너의 '로엔그린'이라는 작품입니다. 우리가 아는 결혼행진곡이 이 작품에서 등장했죠.
그 내용인 즉슨 중세 유럽 신화 '7마리 백조'를 토대로 만들어진 오페라로 남동생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붙잡힌 '엘자'를 '로엔그린'이라는 백조의 기사가 나타나 구해준다는 것입니다. 루드비히 2세는 이 이야기와 음악에 완전히 매료됩니다. 자신이 꿈꿔왔던 유토피아가 이 오페라 안에서 완벽하게 실현되었다고 생각하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로엔그린의 작가인 바그너를 불러 자신의 곁에 두고 모든 것을 의지하게 됩니다. 루드비히가 바이에른 왕국의 국왕으로 즉위한 후, 가장 먼저 내린 명령이 바로 바그너를 찾아오라는 것이었죠.
결국 그 둘의 만남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 만남이 두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습니다. 당시 바그너는 잇따른 오페라 공연의 실패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해 있었는데, 루드비히는 사비를 들여 바그너의 빚을 갚아주고 최첨단 음향시설을 갖춘 오페라 하우스까지 지어주게 됩니다. 바그너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이해해 주는 국왕과 밤새도록 음악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바그너는 순수한 영혼을 가진 왕에게서 모티브를 얻어 '트리스탄과 이졸데', '니벨룽의 반지' 등 주옥같은 명작들을 쏟아냈고, 최고의 전성기를 맞으며 19세기를 대표하는 악극의 거장으로 거듭나게 되죠.
하지만 다른 관료들이 루드비히 2세가 바그너를 만난 이후, 정치를 등산시 한다고 생각하고, 바그너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게 됩니다. 결국 바그너의 추방을 주장하게 되죠. 루드비히 2세는 그들의 성화에 못 이겨 바그너를 추방하고, 다시 혼자가 된 왕은 비탄에 잠겨 스위스 산속에서 은둔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 운둔 생활에서 개인적인 생각의 정리를 마친 왕은 바이에른으로 돌아가는데, 돌아가자마자 관료들에게 새로운 성의 설계도를 보여줍니다. 그것이 바로 노이슈반슈타인 성이었죠. 바그너의 작품 '로엔그린'에 나오는 백조의 성을 모티브로 직접 설계한 성이었습니다. 관료들의 반대에도 루드비히 2세는 이 성의 건축을 강행합니다.
루드비히 2세는 이 성의 축성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는데 17년간 3분의 2만 완성했고, 그 때까지 한화로 약 7천억 원을 들였다고 합니다. 당시의 돈으로는 엄청난 금액이죠. 그렇게 바이에른 왕국은 재정 파탄에 이르게 되고 국민들은 왕이 미쳤다며 여기저기서 들고일어나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왕은 성에 대한 집착을 멈추지 않습니다. 결국 관료들은 의사를 불러 왕을 정신이상자로 판정, 폐위를 논의하게 됩니다.
루드비히 2세는 정신병으로 인해 왕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고 폐위되어 베르크 성에 유배되고 맙니다. 폐위된 왕은 이후 함께 있던 정신과 의사와 함께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하게 됩니다. 루드비히 2세의 죽음에 대해서는 타살이라는 주장과 자살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자살이라 하는 쪽은 루드비히 2세가 늦은 시간 호숫가를 걷다 실족사했다 주장하고 있고, 타살이라 하는 쪽은 루드비히 2세는 뛰어난 수영실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실족사 일리가 없으며, 시체 발견 당시 왕의 신체에 심한 구타 자국들이 남아 있었다는 것을 들어 타살이라 주장하고 있죠. 물론 현재를 사는 우리로써는 그 자세한 내막을 알 수는 없습니다. 그저 상상만 할 뿐이죠. 현재도 독일 퓌센에 가면 3분의 2만 완성된 채,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노이슈반슈타인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성은 나중에 디즈니 로고에 사용되게 됩니다.
TIPS
이 성에 가기 위해서는 우선 퓌센역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퓌센역에 도착하시면 역 앞에 'Hohenschwangau(호엔슈방가우)'행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이동하셔야 합니다. 노이슈반슈타인이 있는 산 아래 도착하셔서 노이슈반슈타인까지 걸어가셔도 되고, 버스를 타고 올라가셔도 됩니다. 그리 급하지 않은 오르막 길이니 산책한다 생각하고 경치를 즐기면 오르실 분들은 걸어서, 편하게 올라가시려면 버스를 타는걸 추천합니다.